현장 AI: 설비·공정·품질
사무실의 AI가 문서와 메일을 다룬다면, 현장의 AI는 센서 신호·관리도·검사 이미지를 다룬다. 데이터는 더 많고 빠르지만, 틀렸을 때의 대가도 라인 정지와 불량 유출로 곧바로 나타난다. 이 장에서는 현장 데이터가 어디서 오는지부터 SPC와 이상 탐지, 예지 보전, 비전 검사까지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AI"의 조건을 살펴본다.
- PLC·SCADA·MES·계측기·비전 데이터의 계층과 수집 주기를 이해하고, OT/IT 융합의 쟁점(OPC UA, 엣지, 보안)을 설명할 수 있다.
- 관리도의 관리 한계와 Western Electric 규칙, 공정 능력 지수 Cpk를 계산·해석할 수 있다.
- 불균형 데이터에서 정밀도·재현율과 오탐·미탐 비용으로 이상 탐지 임계값을 정할 수 있다.
- 사후·예방·예지 보전을 비용으로 비교하고, 현장 AI가 실패하는 이유(라벨, 드리프트, 신뢰, 운영)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OT와 IT의 경계: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
설비 엔지니어에게 "설비 데이터 좀 주세요"라고 하면 되묻는 질문이 돌아온다. "어떤 데이터요? PLC 태그요, 설비 로그요, MES 실적이요?" 같은 "설비 데이터"라도 층마다 주기·형식·주인이 다르다. 공장의 기계를 직접 움직이는 기술을 OT(Operational Technology), 업무 시스템을 IT라고 부르는데, 현장 AI는 이 둘이 만나는 경계에서 만들어진다.
| 데이터 원천 | 예 | 주기·형식 | 현장에서 흔한 문제 |
|---|---|---|---|
| PLC 태그 | 모터 전류, 밸브 상태 | ms~s, 시계열 | 태그명이 설비마다 다름(MTR_CUR_01 vs Motor1.I), 단위 미기재 |
| 설비 로그·알람 | 알람 코드, 이벤트 | 이벤트, 텍스트 | 설비 제조사별 코드 체계, 설비 PC 시계 불일치 |
| 계측기 | 막두께, 치수, 저항 | LOT·표본 단위 | 표본 검사라 대부분의 제품에는 값이 없음 |
| 비전 | 외관 이미지, 판정 | 이미지 + OK/NG | 판정만 저장하고 원본 이미지는 며칠 뒤 삭제 |
| MES | LOT 이력, 투입·완료 | 트랜잭션 | 설비 신호와 LOT를 잇는 키(시간, 슬롯)가 불명확 |
| 정비 기록 | 작업지시, 교체 부품 | 문서, 엑셀 | 자유 텍스트("이상 있어 조치함"), 고장 코드 미표준 |
계층 사이를 잇는 표준으로는 산업용 상호운용성 표준인 OPC UA(IEC 62541)가 대표적이다. 값뿐 아니라 "이 값은 어느 설비의 어느 센서이며 단위는 무엇인가" 같은 정보 모델을 함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AI 관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경량 메시징 프로토콜인 MQTT도 엣지와 서버 사이에서 널리 쓰인다. 원본 신호를 모두 서버로 올리기 어려운 경우(진동 파형, 이미지)에는 설비 가까이의 엣지(edge) 장비에서 특징값을 뽑거나 판정을 끝내고 결과만 올린다.
IT가 기밀성을 먼저 지킨다면 OT는 가용성과 안전을 먼저 지킨다. 설비 네트워크에 AI용 수집 장비를 붙일 때는 산업 제어 시스템 보안 표준인 IEC 62443의 영역(zone)·통로(conduit) 개념에 맞춰 망을 분리하고, 원칙적으로 읽기 전용 경로로 시작한다. AI가 설비에 값을 써 넣는 폐루프 제어는 별도의 안전성 검토를 거친 뒤의 일이다.
SPC: 관리도와 공정 능력
현장 AI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 온 도구부터 보자. 통계적 공정 관리(SPC, Statistical Process Control)의 핵심은 관리도(control chart)다. 공정이 안정적일 때의 평균 \(\mu_0\)와 표준편차 \(\sigma_0\)로 관리 한계를 정하고, 그 밖으로 나가거나 이상한 패턴이 보이면 "우연 원인이 아닌 이상 원인이 생겼다"고 판단한다.
한 점이 한계를 넘는 것만 보면 작은 평균 이동은 늦게 잡힌다. 그래서 패턴 규칙을 함께 쓴다. 널리 쓰이는 것이 Western Electric 규칙(1956년 Western Electric사의 품질 관리 핸드북에서 유래)이다.
- 규칙 1: 한 점이 ±3σ 밖.
- 규칙 2: 연속 3점 중 2점이 같은 쪽 ±2σ 밖.
- 규칙 3: 연속 5점 중 4점이 같은 쪽 ±1σ 밖.
- 규칙 4: 연속 8점이 중심선의 같은 쪽.
관리도가 "공정이 평소와 같은가"를 본다면, 공정 능력 지수는 "공정이 고객 규격을 만족할 만큼 좋은가"를 본다.
관리도 시뮬레이터 — 이동과 산포를 주입하고 규칙으로 잡기
AI 이상 탐지가 SPC를 대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관리도가 현장의 공통 언어로 남는다. IATF 16949 환경의 많은 공장에서 관리계획서에 SPC 대상 특성과 이상 시 조치(OCAP, Out-of-Control Action Plan)가 정의되어 있고, 고객 감사도 이를 본다. AI는 관리도가 못 보는 곳(수백 개 센서의 상호 관계, 이미지, 파형)을 보완하는 위치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SPC에서 ML 이상 탐지로: 불균형과 비용
관리도는 특성 하나를 따로 본다. 하지만 식각 설비 한 대에도 수백 개의 센서가 있고, 불량은 "온도는 정상, 압력도 정상인데 둘의 조합이 이상한" 형태로 오기도 한다. 이럴 때 여러 센서를 함께 학습한 머신러닝 이상 탐지 모델(다변량 통계, 오토인코더, 아이솔레이션 포레스트 등)이 정상 패턴과 얼마나 다른지를 하나의 이상 점수(anomaly score)로 내놓는다. 그다음 결정은 사람의 몫이다. 점수가 몇 이상이면 경보를 낼 것인가?
제조 데이터의 특징은 극단적인 불균형이다. 불량률이 0.1%라면 "모두 정상"이라고 답하는 모델의 정확도는 99.9%다. 그래서 정확도 대신 다음 지표를 본다.
| 오탐(FP)의 비용 | 미탐(FN)의 비용 | |
|---|---|---|
| 비전 외관 검사 | 재검사 인력, 양품 폐기 | 고객 클레임, 선별 출장, 신뢰 하락 |
| 설비 이상 탐지 | 불필요한 정지·점검, 경보 피로 | 돌발 고장, 대량 불량, 안전 사고 |
| 공정 SPC 경보 | 불필요한 OCAP 대응 | 이상 LOT의 후공정 진행 |
이상 탐지 임계값 — 혼동행렬·정밀도·재현율·비용
이 시뮬레이터가 보여 주는 교훈은 셋이다. 첫째, 임계값은 모델이 아니라 비용 구조가 정한다. 같은 모델이라도 자동차 안전 부품처럼 미탐 비용이 큰 곳에서는 임계값을 낮춰 재현율을 올린다. 둘째, 불량률이 낮을수록 정밀도가 무너진다. 경보 열 번 중 아홉 번이 헛경보면 현장은 곧 경보를 무시하기 시작한다(경보 피로). 셋째, 분리도 \(d'\)를 올리는 것, 즉 더 좋은 센서·특징·라벨이 결국 모든 숫자를 함께 좋게 만든다.
예지 보전: P-F 곡선과 잔여 수명
보전 전략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고장 나면 고치는 사후 보전(BM, Breakdown Maintenance), 정해진 주기마다 점검·교체하는 예방 보전(PM, Preventive Maintenance), 설비 상태를 감시해 고장 징후가 보일 때 계획적으로 조치하는 예지 보전(PdM, Predictive Maintenance)이다. 상태 기반 보전(CBM)은 예지 보전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거나, 임계값 기반의 단순한 형태를 가리킨다.
예지 보전의 원리는 신뢰성 중심 정비(RCM)에서 쓰는 P-F 곡선으로 설명된다. 설비는 어느 시점(P, Potential failure)에 감지 가능한 열화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 기능을 잃는 고장(F, Functional failure)에 이른다. 이 사이의 시간이 P-F 간격이며, 예지 보전은 이 간격 안에서 징후를 잡아 계획 정비로 바꾸는 일이다.
잔여 수명(RUL, Remaining Useful Life)은 지금 시점부터 고장까지 남은 시간의 추정치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RUL의 점 추정보다 불확실성 구간이다. "12일 남음"보다 "90% 확률로 7~20일"이 정비 계획에 쓸모 있다. 그리고 그 경보 리드타임이 부품 조달·정비 인력 확보·생산계획 조정에 필요한 시간보다 짧으면, 예측이 맞아도 고장을 막지 못한다.
보전 전략 비용 비교 — 사후 · 예방 · 예지
비전 검사·가상 계측·레시피 최적화·디지털 트윈
비전 검사: 모델보다 라벨이 어렵다
규칙 기반 비전(밝기·면적·형상 임계값)은 정해진 불량에는 강하지만, 모양이 다양한 불량(스크래치, 얼룩, 이물)에서는 과검이 늘어난다. 딥러닝 비전은 이런 불량에 강하지만 라벨의 일관성에 크게 좌우된다. 같은 이미지를 검사원 세 명에게 보여 주면 경계선 근처 불량에서 판정이 갈리는 일이 흔하다. 모델은 그 불일치를 그대로 배운다. 그래서 비전 과제의 첫 작업은 대개 모델 학습이 아니라 불량 정의서와 한도 견본(limit sample, 합격·불합격의 경계를 보여 주는 견본)을 정비하는 일이다. 이것은 4장의 "같은 불량을 같은 이름으로" 문제의 이미지 버전이다.
가상 계측, 레시피 최적화, 디지털 트윈
가상 계측(VM, Virtual Metrology)은 설비 센서 데이터로 계측값(막두께, 치수 등)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표본으로만 재던 특성을 모든 웨이퍼·제품에 대해 추정할 수 있게 되므로, 표본 사이에서 생긴 이상을 일찍 잡을 수 있다. 레시피 최적화는 공정 조건과 결과의 관계를 학습해 목표를 만족하는 조건을 찾는 일로, 실험계획법(DOE)과 베이지안 최적화 같은 기법이 쓰인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설비·공정과 데이터로 연결되어 상태를 반영하는 가상 모델이다. 제조용 디지털 트윈의 참조 틀로 ISO 23247 시리즈가 있다.
| 적용 | 입력 → 출력 | 데이터 요건 | 흔한 함정 |
|---|---|---|---|
| 비전 검사 | 이미지 → OK/NG, 불량 위치 | 원본 이미지 보관, 일관된 라벨 | 불량 표본 부족, 촬영 조건 변화 |
| 가상 계측 | 설비 센서 요약값 → 계측값 추정 | 센서와 계측의 LOT·웨이퍼 단위 연결 | PM 후 설비 상태가 바뀌어 예측이 틀어짐 |
| 레시피 최적화 | 공정 조건 → 수율·특성 | 조건을 바꿔 본 이력(실험), 결과 연결 | 운영 데이터는 조건 변동이 좁아 인과를 못 배움 |
| 디지털 트윈 | 실시간 상태 → 시뮬레이션·예측 | 설비 정보 모델, 동기화된 데이터 | "3D 화면"을 트윈으로 오해, 유지 비용 과소평가 |
현장에 생성형 AI가 들어가는 자리
현장 AI라고 하면 센서·이미지 모델만 떠올리기 쉽지만, 생성형 AI가 즉시 쓸모를 보이는 곳은 오히려 신호와 사람 사이의 설명·기록·인계다. 예측 모델이 "이상 점수 0.92"를 내놓아도 현장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다.
SPC 이탈 시 조치 안내
관리도 규칙 위반이 생기면 해당 특성의 OCAP와 과거 유사 이탈 기록을 찾아 첫 조치를 안내한다.
작업일지 구조화
"이상 있어 조치함" 같은 자유 텍스트를 고장 부위·현상·원인·조치 코드로 바꿔 예지 보전의 라벨로 만든다.
교대 인수인계
MES 이벤트와 알람, 작업일지를 요약해 다음 교대에 넘길 메모 초안을 만든다.
특히 세 번째 카드가 중요하다. 예지 보전 모델을 만들려고 보면 정비 기록이 자유 텍스트라 고장 라벨을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생성형 AI로 과거 기록을 고장 코드 체계에 맞춰 구조화하고 사람이 검수하면, 수년 치 기록이 학습 데이터로 바뀐다. 생성형 AI가 예측형 AI의 데이터 기반을 만드는 셈이다.
현장 AI가 실패하는 이유와 운영
현장 AI 파일럿이 PoC 보고서에서는 정확도 99%였다가 라인에서는 몇 달 만에 꺼지는 이유는 대개 모델 밖에 있다.
라벨 부족과 불일치
불량은 드물고, 그나마 판정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고장 이력은 자유 텍스트로만 남아 있다.
드리프트
설비 PM, 부품 교체, 원자재 LOT 변경, 계절에 따라 데이터 분포가 바뀐다. 학습 때의 정상이 오늘의 정상이 아니다.
현장의 신뢰
근거 없이 울리는 경보, 설명할 수 없는 판정은 무시당한다. 오경보가 몇 번 이어지면 경보가 꺼진다.
운영 체계 부재
누가 성능을 보고, 언제 재학습하고, 어떤 모델 버전이 어떤 라인에서 도는지 아무도 모른다.
① 불량률이 얼마인 데이터에서 잰 정확도인가(불량률 1%면 "전부 정상"도 99%다). ② 학습 데이터와 시험 데이터가 시간상 분리되어 있는가(같은 기간의 데이터를 섞으면 미래 성능을 과대평가한다). ③ 정밀도와 재현율, 그리고 오탐·미탐 1건의 비용은 얼마인가. ④ 설비 PM 전후 데이터가 모두 들어 있는가.
이를 막는 운영 체계를 흔히 MLOps라고 부른다. 제조 현장에서 최소한 갖출 것은 다음과 같다.
- 모델 버전, 학습 데이터 기간, 적용 설비·레시피 버전을 함께 기록한다(레시피가 바뀌면 모델 검증도 다시).
- 입력 데이터 분포와 경보율을 모니터링하고, 기준을 벗어나면 담당자에게 알린다.
- 현장의 판정 결과(경보가 맞았는지)를 쉽게 피드백할 수 있는 버튼 하나를 만든다. 이것이 라벨이 된다.
- 새 모델은 기존 방식과 나란히 돌리는 섀도 운영 기간을 거친 뒤 전환한다.
- 모델이 꺼져도 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기존 방식(SPC, 규칙 기반 검사)으로 되돌아가는 경로를 유지한다.
- 현장 오너(설비·품질 엔지니어)와 데이터 담당자가 매월 성능을 같이 리뷰한다.
실패하는 현장 AI
- 데이터 팀이 과거 데이터로 모델을 만들어 "전달"
- 경보는 화면에만 뜨고 근거 표시 없음
- 성능 저하를 현장이 먼저 알아챔
- 담당자 이동 후 아무도 모르는 모델
살아남는 현장 AI
- 설비·품질 엔지니어가 프로덕트 오너
- 경보마다 근거(센서 추이, 유사 사례)와 피드백 버튼
- 드리프트·경보율 모니터링으로 먼저 감지
- 모델 카드와 운영 매뉴얼, 재학습 주기 문서화
핵심 정리
- 현장 데이터는 ISA-95 계층마다 주기·형식·주인이 다르다. 아래층 신호를 위층 맥락(LOT, 레시피)과 정확한 시간으로 잇는 것이 첫 과제이며, OPC UA·엣지·IEC 62443 기반의 망 분리가 기반이 된다.
- 관리도(\(\mu_0 \pm 3\sigma_0\))와 Western Electric 규칙, Cpk는 여전히 현장의 공통 언어다. AI는 관리도가 못 보는 다변량·이미지·파형 영역을 보완한다.
- 불균형 데이터에서는 정확도가 아니라 정밀도·재현율을 보고, 임계값은 오탐·미탐 비용으로 정한다. 불량률이 낮을수록 정밀도가 무너져 경보 피로가 생긴다.
- 예지 보전의 가치는 P-F 간격 안에서 얼마나 일찍 잡는가와, 그 리드타임 안에 정비를 준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모든 설비에 예지 보전이 정답은 아니다.
- 비전 검사는 모델보다 라벨(불량 정의서, 한도 견본)이 어렵고, 가상 계측·레시피 최적화·디지털 트윈도 데이터 연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 현장 AI의 실패는 라벨 부족, 드리프트, 현장 신뢰, 운영 체계 부재에서 온다. 현장 오너, 근거 표시, 피드백 버튼, 모니터링, 되돌아갈 경로를 갖춰야 살아남는다.
확인 퀴즈
Q1. 설비 센서 신호로 AI 모델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적절한 것은?
Q2. 규격이 USL = 10.4, LSL = 9.6이고 공정 평균 10.1, 표준편차 0.1일 때 Cpk는?
Q3. Western Electric 규칙을 많이 켤수록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Q4. 불량률 0.1%인 라인에서 재현율 90%, 오탐률(양품 중 경보 비율) 1%인 모델의 정밀도에 가장 가까운 것은?
Q5. 예측 재현율이 95%인데도 예지 보전이 돌발 고장을 거의 줄이지 못했다. 가장 그럴듯한 원인은?
Q6. 비전 검사 AI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칠 때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